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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들의 보급로

'금강산도 식후경 ' 이란 말이 있다. 금강산의 구경 같은 좋은 경치를 감상하는 것도 식사를 든든히 하고 난 다음 여유가 있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말이다.

나폴레옹의 군대가 러시아의 모스크바에 쳐들어갔을 때 프랑스 파리로부터 모스크바까지의 보급로가 너무 길어져서 프랑스 군대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다른 보급품의 공급도 달려서 결국 프랑스 군대는 러시아군대에게 참패를 당한 역사적 사실이 있다.

제2차 대전 때에도 히틀러의 군대가 모스크바에 쳐들어갔을 때도 독일 군이 참패한 원인들은 히틀러 군대에게 보급되었던 식량의 부족과 각종 차량장비를 움직이게 할 휘발유가 추운 겨울 날씨에 얼어붙었기 때문이었다.

인체 속의 암세포들이 이상한 살덩어리를 만들고 그 살덩어리를 구성하는 세포들은 인체의 정상조직을 침공한다. 그런데 이의 광경을 현미경으로 자세히 살펴보면 아주 용감한(?) 암세포들은 주력부대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영양 및 산소공급을 받지 못하여 죽어 가는 모습을 살펴볼 수가 있다. 이렇게 어떤 세포가 영양실조에 걸려서 사망에 이르는 것을 병리학적 용어로는 괴사(壞死:necrosis)라고 한다. (정상세포가 죽는 것도 괴사라 한다. )

이 때 주력암세포들의 집단인 부분으로부터 첨병격인 공격형 암세포까지는 아주 작은 모세혈관들이 각종 보급로가 된다.

이를 역(逆)으로 이용하여 암환자 치료에 적용하여 모세혈관을 각종의 약품으로 틀어막으면 공격형 암세포들이 죽을 것이고 그 후 주력암세포 집단으로 통하는 모세혈관을 틀어막으면 주력 암세포 집단도 모두 다 괴사에 이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 현재 우리 병원에서는 암조직으로 통하는 작은동맥을 틀어막아 주로 간암환자 에서 암세포를 괴사시키어 치료에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 )

이런 환상적인 역할을 하는 최신의 암치료제가 바로 미국 국립암연구소에서 최근에 개발한 안지오스타틴(Angiostatin)이라는 약제인데, 여기서 안지오(Angio-)란 말은 혈관이란 말이고 스타틴(statin)이란 말은 '그대로 둔다' 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결국 암덩어리로 통하는 혈관들을 그대로 둔다는 것인데 생물학에서는 '그대로 둔다'라는 뜻이 주위환경에 적응하지못하고 변하지 않아서 결국엔 사망에 이른다는 말이 포함되어 있다.

이제 막 동물실험을 끝내고 임상시험에 돌입할 이 안지오스타틴이 임상시험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어 전세계 암환자들의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轉機)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5월 23일 자 토요저널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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