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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내 조직의 휴면계좌

책상서랍을 정리하다 보면 먼 과거에 어떤 은행에 계좌를 만들어 놓고 그 사실을 까맣게 잊어 버려서 휴면계좌에 빠져 있는 예금통장을 종종 발견하곤 한다. 휴면계좌란 많지 않은 예금액으로 계좌를 만들어 놓고 그 계좌에 예금도 하지 않고, 인출도 하지 않는 계좌를 말한다. 이런 경우 이를 은행에서는 '잡계좌' 로 계좌를 변경하여 관리한다고 한다. 예금한 돈이 일단 이 잡계좌로 편입되면 이자율은 형편없이 낮아져서 그야말로 잠을 자고 있는 돈이 되는 것이다.

인체는 여러 장기와 조직 및 정신 ,등등 으로 구성된다. 인체를 분석하는 면은 크게 두가지 인데 첫째는 인체라는 구조 자체를 밝히는 형태적인 측면과 ' 인체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 ' 하는 기능적인 측면이 있다.

옛날 서양의 로마시대에는 ' 달란트 ' 가 금은 등, 금속의 무게를 다는 단위였다고 한다. 그 후 달란트는 돈을 뜻하는 단어로 변했고 현재 사용되는 영한사전에는 ' 재능 ' 이라 적혀있다. 그 후 달란트는 탤런트( Talent ) 로 변하여 TV 에서 연기할 수 있는 재능있는 사람으로 뜻이 또 변했다.

이제부터 달란트에 대한 성경에 있는 얘기를 하려고 한다. 어떤 주인이 종들에게 여덟 달란트를 나누어 주는데 첫번째 종에게는 다섯 달란트를 , 두번째 종에게는 두 달란트를, 세 번째 종에게는 한 달란트를 나누어 준다. 그 후 주인은 얼마간의 해외출장을 간다.

출장을 다녀온 주인은 여덟 달란트를 맡겼던 종들과 결산을 한다. 첫번째 종은 다섯 달란트를 자본으로 사업을 하여 열 달란트를 만들어서 주인에게 돌려 주고 두번째 종은 두 달란트를 자본으로 하여 네 달란트를 만들었는데 , 세번째 종은 한 달란트를 땅에다 묻어 두었다가 주인과 결산을 할 때 그 한 달란트만을 돌려 준다. 말하자면 세번째 종은 ' 휴면계좌 ' 를 만들어 놓은 예금주였던 것이다.

인간의 신체와 정신은 일생동안 보살펴 주어야 한다. 인간의 심신에 무관심하여 심신중의 근육 , 장기, 조직 , 정신 및 감성 등을 잘 보살펴 주지 않으면 ' 휴면계좌 ' 에 빠지는 부분이 발생된다. 이의 예들을 들어 보자.

육체미 운동을 열심히 하여 우람한 근육이 만들어진 사람도 그 근육들을 계속 잘 가꾸어야 한다. 그러나 ' 이젠 됐다 ' 하여 안심하고 가꾸지 않으면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보통의 근육으로 되돌아 간다. 병리학에서는 근육세포의 하나하나가 크기가 커진 상태를 근육세포비대 (筋肉細胞肥大)상태라 하고 근육세포의 크기가 아주 작아진 상태를 근육세포위축(筋肉細胞萎縮) 상태라 한다. 정형외과에서 기브스를 할 때 처음 만들 때에는 다리나 팔에 꼭 맞게 하여도 세월이 지나면 다리나 팔에 근육위축이 일어나 기브스와 피부 사이에 공간이 생기는 것을 보면 근육세포위축현상을 알 수 있다.

신경세포를 쓰는 사람들에게서도 이런 현상들이 있다. 즉 머릿속의 신경세포도 쓰면 쓸수록 좋아지고 안쓰면 안쓸수록 나빠진다. 이의 예들을 들어보자 .

의과대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복잡한 인체 해부도( 解剖圖 ) 의 명칭을 신입생시절의 학생들 머릿속에는 잘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나 계속 반복 연습을 시켜 졸업반 학생들이 되면 해부도의 명칭쯤은 어깨너머로 쓱 훑어 보아도 거의 다 그 내용을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또 복잡한 건축의 설계도면도 유능한 건축설계사들은 그 설계도의 내용을 보통사람들 보다 훨씬 더 단시간에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는 대뇌의 신경세포들을 그 방면으로 계속 훈련시킨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바둑을 잘 두는 바둑기사들도 보통 사람들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바둑판의 상황을 시간이 한참 지난 후일지라도 정확하게 복기하여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바둑기사들도 대뇌 신경세포가 이 방면으로 잘 훈련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학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들은 하면 할수록 그 진도에 가속도가 붙고 , 공부를 안 하면 안 할수록 그 퇴보의 가속도가 붙는다.

인간은 태어날 때 부터 개개인 마다 다른 조건을 갖고 태어나게 된다. 부모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고, 경제적인 여건도 다 다르게 태어난다. 어떤 사람에게는 다섯 달란트에 해당하는 심신을 , 어떤 사람에게는 두 달란트에 해당하는 심신을 , 또 어떤 사람에게는 한 달란트에 해당하는 심신을 가지고 세상을 살게 된다.

이렇게 각자 다른 조건을 가지고 태어나는 세상에서 각자들은 이 사회라는 주인에게 봉사를 하여야만 살아갈 수 있게 되어 있다. 즉 누구나 직업을 통하여 사회에 봉사를 하고 부가적인 달란트를 만들어서 사회에 되돌려 주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바쁜 와중에서도 자기의 심신의 각 부분에 너무 쉬게 하고 있는 부분 , 즉 ' 휴면 계좌 상태에 있는 부분 ' 은 없는가 하고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계속 앉아서 일하여야만 되는 사람은 다리근육이 위축될 염려가 있고 근육을 열심히 쓰는 사람은 신경세포가 위축될 염려가 있다. 위축이 너무 오래 게속되면 유용한 상태로 돌아올 수 없는 상황에도 이를 수 있다. 생물학에서는 이를 퇴화라 하는데 박쥐의 눈 , 인간의 귀를 움직이게 하는 근육인 동이근 (動耳筋) 등이 이의 좋은 예들이다.

' 나는 건강하다 ' 라고 자만적인 생각은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이 보다는 ' 내일은 오늘보다 건강하게 ' 라는 목표아래 자신의 심신의 각부분에 혹시 휴면계좌는 없는지 살펴 보아야 한다. 우리 자신들의 체력이 좋아야 국가도 부강해진다. 체력이 국력이니까.

10월 한일은행 사보 카네이션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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