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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로 건설은 국가간 '장기 이식'

우리나라는 지난 8월 20일부터 북한 함경남도 신포 금호지구에 경수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이를 인체에 비유해보자. 이는 한국이라는 인체가 형제간인 북한에 경수로라는 장기(臟器) 이식 수술을 한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장기 이식은 신체의 중요한 부분을 떼어내어 다른 사람에게 옮겨 심어주는 것을 말한다. 최근 우리나라 의료계에서도 골수, 각막, 신장, 간, 심장, 폐, 췌장, 등의 장기 이식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인들은 장기 이식은 공여자로부터 장기를 떼어내어 수혜자에게 옮겨 심는 수술만 하면 모든 것이 뜻대로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장기 이식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각 의학 전문 분야가 총망라되는 종합 의학 집합체로서 오케스트라 연주에 비유될 수 있다.

이 장기 이식의 가장 중요한 단계는 수술 전 사전 계획 단계라 할 수 있다. 이는 공여자의 장기가 수혜자의 몸 속에 들어가 거부 반응이 있을지 없을지를 예측하는 단계로 '조직 적합성 복합체 검사'를 반드시 거치게 된다. 이 검사 분야는 임상병리 전문가에 의해 이루어진다. 가장 단순한 장기 이식이라 할 수 있는 수혈에서는 이와 같은 복잡한 검사는 필요 없다. 다만 적혈구가 갖고 있는 항원인 A, B, AB, O형 및 Rh형만 맞추어주면 된다.

그러나 골수 등의 장기 이식에서는 백혈구 항원 검사를 하게 되는데 이 백혈구 항원은 백혈구 세포 표면뿐만 아니라 일반 체세포 표면에도 존재하는 항원이다. 이 백혈구 항원은 너무나 종류가 많아 그룹별로 분류해 놓았는데 이 그룹들의 이름이 HLA-A, B, C, DP, DQ, DR 등이다. 이 많은 백혈구 항원 검사를 공여자 및 수혜자가 꼭 들어맞게 맞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거부 반응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여자와 수혜자의 짝을 잘 맞추어 주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이 짝 맞추기가 매우 어렵다. 지난해 성덕 바우만군과 몇 년 전 퀸 하케마양의 경우는 골수 공여자들이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까지 가야 했던 사례였다.

짝을 잘 맞추기 위하여 외국에서는 건강한 장기 공여 희망자의 HLA형 검사를 실시하고 검사 결과를 잘 보관해 두었다가 가족 내에서 장기 공여자를 찾지 못하면 보관된 파일 속에서 HLA형이 일치하는 공여 희망자를 신속히 찾아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HLA 검사 결과 등록 사업이 지난해부터 시작된 바 있다. 북한에 경수로를 건설하기 전 KEDO 당국자들은 한국형이냐, 일본형이냐, 또는 미국형이냐를 두고 매우 오랫동안 심사숙고했던 것이 생각난다. 한국형 경수로로 결론을 내릴 때까지의 과정이 말하자면 장기 이식에서의 조직 적합성 검사에 해당한다.

그런데 지난 10월 1일부터 4일 동안 경수로 공사가 일시 중단되었다고 한다. 이유는 김정일 사진이 실린 노동신문이 심하게 훼손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조치로서 경수로 공사 근로자들은 숙소 밖으로 나올 수 없도록 통보받았다고 한다. 이를 장기 이식 수술 후 상황에 비유하면 사소한 거부 반응의 일종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기 이식 수술 후에도 사소한 거부 반응은 흔히 있다. 이를 초기에 현미경으로 보면 이식된 장기 속에서 모세 혈관에 염증이 발생해 있음을 관찰할 수 있다. 이는 경수로 현장의 근로자 숙소로 통하는 골목을 봉쇄하는 것과 비슷하다. 장기 이식 수술 후의 초기 거부 반응은 면역 억제제를 투여하면 곧 치료된다.

향후 함경남도 신포 금호지구의 경수로 건설 현장에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완공되어, 이를 계기로 한국과 북한이 원만한 장기 공여자와 수혜자 관계가 형성된다면 겨레의 염원인 통일의 기초 사업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12월 11일자 주간조선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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