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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의 시화호 '가성낭종'

시화호 오염이 심해져 저수지 역할을 못하게 되자 결국 바닷물과 섞기로 했다고 한다. 호수는 여의도 면적의 2백배 정도다. 당초 당국자들은 아마도 아산호나 삽교호처럼 농업 용수 또는 공업 용수로 주변 육지에 공급할 목적으로 사업에 착수했을 것이라 추측한다.

이를 인체로 비유해보자. 우리 국가를 인체로 본다면 오염되 물이 괴어 있는 시화호는 몸 속에 형성된 '오염주머니'라 할 수 있다. 몸 속에 생긴 오염된 물주머니는 병리학 용어로 가성낭종(假性囊腫)이라 한다. 이 가성낭종을 영어로는 슈도시스트(Pseudocyst)라 하는데 접두어인 슈도(Pseudo)는 가짜를 뜻하는 말이다. 슈도를 시작되는 다른 말로는 가성임신(假性姙娠)을 뜻하는 슈도사이에시스(Pseudocyesis)와 슈도 콜레라가 있다.

슈도사이에시스는 자궁에 아기가 없는데도 임신성 구토 증상을 보이는 것이고, 슈도콜레라는 콜레라 균이 없는데도 콜레라와 같이 설사가 심한 상태를 말한다.

인체의 가성낭종은 주로 췌장과 비장 사이에 형성된다. 말하자면 시화호의 육지 쪽인 경기도 화성군과 안산시가 췌장에 해당되고, 바다 쪽인 대부도가 비장에 해당된다. 이 가성낭종은 주로 췌장에 염증이 생긴 후 발생한다. 그리고 복부에 둔탁한 타박상을 받아 일으킨 내출혈을 인체가 흡수하는 과정에서도 발생된다. 이 가성낭종을 갖고 있는 환자는 그리 심하지 않은 지속적이고 간헐적인 복통이 생기며 소화가 잘 안돼 의사를 찾아오게 된다. 이런 환자를 담당하는 의사들은 환자의 복부 CT 촬영을 하는데 CT 사진에 물주머니가 있음이 판독된다. 이 경우 간혹 암 조직이 낭성 변화를 일으켜 생긴 경우도 있어 담당 의사는 수술을 권하게 된다. 이때 가성낭종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인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완전 제거가 어려운 경우 가성낭종을 피부와 연결시켜 가성낭종 속에 있는 액체를 제거하는 수술법이 있다. 조대술(造袋術)이란 이 수술법은 시화화의 둑을 허물고 바다와 연결시키는 작업에 비유할 수 있다. 이 경우 시화호 공사에서와 같이 안쪽 액체가 밖으로 잘 흘러나와야 한다. 운이 나쁠 경우 이 주머니가 터져 뱃속에서 이 액체가 퍼지면 환자는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 시화호에 비유하면 담겨 있던 물이 육지로 역류하는 격이라 하겠다.

조대술의 또 다른 방법으론 위(胃)와 연결시키는 것이 있다. 이땐 가성낭종의 액체를 위 속에 있는 음식물과 섞이게 해 대변으로 나오게 한다. 인체 내 가성낭종의 물 자체에는 균이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이 물에 병균이 침범해 병균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백혈구들이 이 병균들과 싸우다 사망하면 이 물은 고름으로 바뀌게 된다. 이런 상태가 되면 가성낭종은 농양(膿瘍)이라는 다른 명칭으로 바뀐다.

시화호는 가성낭종에 비유할 때 현재 둑을 허물어 조대술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라 하겠다. 시화호에 담긴 물이 화성군이나 안산시로 역류하지 않도록 철저히 막고, 그 속에서 생태계를 파괴하는 병적인 생물들이 번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미래에는 맑은 물의 저수지가 되어 인근 육지에 공업 용수나 농업 용수를 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11월 13일자 주간조선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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