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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의 '도로 원표'는 척추뼈

서울시가 현재 서울 광화문 네거리 비각 모서리에 남아 있는 도로 원표(道路元標)를 광화문 파출소 앞으로 옮기는 공사를 벌이고 있다.

도로 원료는 지역간 거리를 표기해 전국 도로 교통망의 연계 상황을 보여주는 상징적 지표인데 미국은 백악관 앞 '제로마일스톤', 프랑스는 노틀담성당 앞 '제로포인트'다.

그렇다면 인체의 도로 원표는 어디일까.

인체에는 지명과 같은 명칭이 많다. 이 인체 속의 명칭을 해부학 용어라고 하는데, 이 용어들은 3차원적으로 배열되기 때문에 2차원적인 일반 지도보다 훨씬 복잡하다. 수술을 앞둔 의사들은 자기가 수행해야 할 환자의 수술 부위를 미리 찍어둔 X선 사진과 비교하면서 이 인체의 지도책을 복습해 보곤 한다. 이 해부학 용어는 피부명칭으로부터 시작하여 피하 조직, 근육, 동맥, 정맥, 신경 등에 다 명칭이 부여되고 마지막으로 뼈의 돌출 부분의 명칭까지 기술되어 있다.

이런 인체의 지도책을 뜻하는 단어가 영어로 아틀라스(Atlas)인데, 아틀라스는 원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의 하나이다. 아틀라스는 아버지 야페트스, 어머니 크리메네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 당시 제우스는 본처가 아닌 알크메네 사이에 헤라클레스라는 아들을 얻었는데 이 헤라클레스를 본처인 헤라가 죽이려고 시도했다. 그래서 헤라는 후에 에우리스테우스 왕에게 헤라클레스로 하여금 헤스페리데스의 황금 사과를 가져오라는 명령을 내리게 했다. 헤라클레스는 이 명령을 이행하기 위하여 아프리카의 아틀라스산에 도착했다.

이 때, 아틀라스는 운명적으로 하늘 전체를 떠받치고 있어야 했는데 헤라클레스는 아틀라스에게 다음과 같은 제의를 한다.

'당신 대신 하늘 전체를 떠받치고 있을 테니 그동안 황금 사과를 구해다 주시오.' 아틀라스는 이 황금 사과를 헤라클레스에게 구해다 주었는데 아틀라스에게는 이때가 하늘 전체를 떠받쳐야 하는 고역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기회였으나 아틀라스는 결국 헤라클레스에게 속고 만다. 헤라클레스는 아틀라스에게 다음과 같이 제의하여 유인한다. '내가 하늘 전체를 짊어지는 방식의 시범을 보일테니 그렇게 해보시오.' 이후 아틀라스는 영원히 하늘 전체를 짊어지고 있어야 했다.

아틀라스가 지도를 뜻하는 단어가 된 어원적 유래다. 그후 각종 지도책에는 한 거인이 어깨에 둥근 천체 하나를 지고 있는 그림이 많이 나온다. 아틀라스가 있던 아프리카 모로코 지방의 산맥 이름이 아틀라스 산맥이고, 대서양이 아틀란틱 오션(Atlantic Ocean)인 것도 여기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인체의 머리를 떠받치고 있는 듯한 목 부위의 척추뼈가 있다. 이를 제1경추라 하는데 이 제1경추의 이름이 바로 아틀라스이다. 머리 전체를 천체 하나로 보고 제1경추를 아틀라스신처럼 형상화해보면 그럴듯하다. 인간의 척추뼈는 대개 32개로 구성이 되는데 그 첫 번째 척추뼈의 명칭이 지도를 뜻하는 말인 아틀라스이다. 말하자면 인체의 도로 원료가 제1경추인 셈이다. 인체에서 아틀라스가 갖는 역할은 별로 없다. 다만 두개골을 받치고 있다는 상징성 때문에 아틀라스가 됐다.

이에 반하여 제2경추는 영어로 축을 뜻하는 말인 액시스(Axis)라고 한다. 제1경추는 두개골의 일부인 후두골 관절 발달이 잘 안돼 거의 움직이지 않는 반면 제2경추는 관절이 잘 발달되어 관절에서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밖에 목 앞의 튀어나온 부분을 의료계에서는 'Adam's Apple(아담의 사과)'이라고 부른다. 또 발 뒤꿈치 힘줄을 지칭하는 '아킬레스 건'의 아킬레스도 그리스 신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광화문의 도로 원표는 아틀라스처럼 우리 행정부의 머리에 해당하는 청와대 및 정부종합청사를 떠받치고 있게 될 것이다.

10월 30일자 주간조선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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