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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 수술의 관제사

지난 8월 6일 대한항공 801편이 괌 아가냐 공항에 착륙할 때 관제사들은 비행기 고도가 지나치게 낮아질 때 당연히 작동시켜야 할 경보 장치를 소홀히 관리했다고 한다. 이 점이 중요한 비행기 추락 원인으로 생각되고 있다.

비행기 이착륙 및 순항 과정을 외과 수술에 비교해 보자. 비행기 조종사를 외과 의사로 비유하면 관제사는 마취과 의사와 해부병리과 의사에 해당한다. 마취과 의사는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수술을 받는 환자의 심장과 폐, 혈액 순환을 적절히 관리해 주는 의사이다. 마취과 의사는 외과 의사보다 먼저 마취를 시작해 외과 의사가 안심하고 질병이 있는 부위를 수술할 수 있게 만들어 주며, 외과 의사가 수술을 끝내면 환자의 마취를 깨워 마취 전 상태로 돌아올 때까지 관찰하고 회복시켜 준다.

수술 환자 마취는 비행기 운항과 비슷하다. 비행기는 이착륙 11분이 위험도가 가장 높다고 한다. 마취도 시작 후 첫 10분 정도와 마취가 풀리는 마지막 20분 정도가 위헙도가 높은 시간대이다. 마취과 의사가 마취진행 중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혈압이다. 정상인의 경우 최고 혈압이 120mmHg인데 이 수치가 80mmHg 이하로 떨어지면 경보 장치를 울려야 하는 상태라 할 수 있다. 추락 직전 대한항공기의 고도가 급강하했을 때 공항에서 경보를 울렸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기에서 환자의 혈압 관리가 가장 어려운 외과 수술을 하나 소개한다. 가끔 신장 위쪽에 붙어 있는 부신(副腎)에 크롬친화세포종이라는 종양이 생겨 제거 수술을 받는 환자가 있다. 그런데 이 부신 종양은 외과 의사가 건드릴 때마다 종양 조직에서 분비되는 혈압 상승 물질이 혈관 내로 유입되면서 환자의 혈압이 고혈압으로 치닫는다. 이 물질의 혈관 내 유입을 막기 위해 종양과 혈관이 연결되는 부위를 수술 도구로 막으면 환자는 이번에는 급격히 저혈압에 빠진다. 따라서 이 수술을 진행하는 동안 환자는 고혈압과 저혈압 상태를 수시로 왔다 갔다 하게 된다. 이는 높은 산이 불규칙적으로 나타나는 비행기 운항과 비교된다. 관제사와 조종사가 긴밀히 협조하듯 마취과 의사는 외과 의사와 호흡을 맞춰 수술을 진행해야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칠 수 있다.

또한 대개의 수술은 피부 절개를 최소한으로 하고 각종 중요한 혈관과 신경을 피해가면서 메스를 질병이 있는 곳까지 들여보내야 하기 때문에 수술시야는 흔히 좁고 깊게 되는 경향이 있다. 가끔 외과 의사 혼자서는 이 깊은 곳에서 절단 부위를 결정하지 못할 때가 있다. 이 때의 관제사 역할은 해부병리과 의사가 맡게 된다.

해부병리과 의사는 외과 의사가 진행한 부위가 '병이 있는 부위이다' 또는 '정상 부위이다' 라는 중요한 정보를 외과 의사에게 제공해 주는 의사이다. 악천 후 속에서 순항하는 조종사에게 '앞에 해발 몇 미터짜리 산이 있다' 또는 '활주로 방향은 좌우로 몇 도 틀어져 있다'는 정보를 제공해 주는 관제사와 같은 역할이다. 결론적으로 종합병원 수술실을 국제 공항에 비유한다면 외과 의사는 조종사, 마취과 의사와 해부병리과 의사는 관제사에 해당한다 하겠다.

9월 4일자 주간조선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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