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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수신경의 '사격 명령'

지난 7월 16일 강원도 철원 비무장 지대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이 총격전은 북한군 14명이 우리측으로 70m쯤까지 침투해 오면서 시작된 것으로, 우리 측의 신속한 대응으로 적절히 격퇴됐다. 이를 인체에 비유해 보자. 우리 국가를 인체, 비무장 지대를 피부로 생각할 때 북한군 14명의 남침 미수는 악질 모기가 피부를 물려고 했던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모기가 피부를 완전히 물면 그 모기가 가지고 있던 말라리아나 뇌염의 병원체를 옮겨놓아 인체는 중병을 앓게 된다.

말라리아는 플라스모디움이라는 병원충이 적혈구 내에서 세포 분열을 계속하여 숫자가 많아지면서 적혈구를 터뜨리고 또 다른 적혈구로 옮겨가는 질병이다. 이 과정에서 적혈구가 터질 때마다 39℃ 이상의 고열이 생기면서 환자는 고생하게 되는 것이다. 말라리아는 말하자면 적혈구에 해당하는 국민들이 고통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모기가 피부를 물려고 했던 순간 우리측 초소 부대가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여 그런 대로 잘 끝이 났다. 우리측은 벙커가 약간 손상되었을 뿐 인명 피해는 없었던 것이다.

인체의 모든 신경은 계속 반복되어 입력되는 정보에는 무디어지기 쉽다. 그 예로 우리들은 발에 양말을 신고 있고, 구두를 신고 다니지만 피부의 촉각 신경들은 이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 또 안경을 끼고 있다는 사실, 시계를 손목에 차고 있다는 사실도 거의 촉각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냄새가 많이 나는 화장실에 오래 들어가 있으면 그 냄새도 거의 느낄 수 없게 된다. 이는 냄새를 맡는 후각 신경 세포 자체가 무디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하게 우리 국민은 매일 반복되는 북한군과의 대치 상태를 거의 느끼지 못하고 일상 업무를 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 피부에는 여러 가지 소체가 있어서 마이스너 소체는 촉각을, 파치니 소체는 압력 감각을, 루피니소체는 온도 감각을 느끼게끔 되어 있다. 다른 신경 세포들은 무디어지더라도 마이스너소체는 항상 예민하게 촉각을 느끼라고 존재하는 소체이다. 이런 소체들은 최전방 부대의 경계 초소에 해당한다. 이런 소체에서 출발한 정보는 신경 섬유를 타고 전달되는데, 이 정보 중에서 아주 급박한 정보에 대해서는, 인체의 최고 사령부인 대뇌에까지 전달되기도 전에 최말단 지휘관에 해당하는 척수 신경 세포에서 이 정보에 대처하는 명령이 예하 근육 및 피부에 하달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반사 작용이라 하는데 실제 예로 손 끝에 뜨거운 물이 닿았을 때 저도 모르게 팔굽이 안쪽으로, 또 자기 몸쪽으로 굽는 작용이 그것이다.

만일 7월 16일의 상황에서 담당 소대장은 중대장에게 보고만 하고, 중대장은 대대장에게 보고만 하고, 대대장은… 연대장은…. 그러다가 사태가 더욱 악화됐다면 어떤 결과가 일어났을까? 그러나 담당 소대장은 인체의 척수 신경 세포처럼 과감히 사격 명령을 내렸다. 이는 인체가 반사 작용을 보인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만일 이런 조직들이 마비되어 있었다면 사태는 끔찍했을 것이다. 우리 국가가 악질 모기에 물려 중병에 걸릴 뻔했으나 최전방 경계 초소의 젊고 건강한 군인들 덕에 위험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8월 21일자 주간조선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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