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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의 해군사관학교

지난 7월 22일 해군은 99학년도부터 여자 생도를 선발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제 여성들도 육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에 이어 해군사관 생도가 될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런데 인체에도 육 해 공군과 비유되는 세포들과 사관학교에 해당하는 조직이 있다.

인체의 혈관 및 조직 속에서 활동하는 백혈구들은 육군, 폐 혹은 공기 속에서 활동하는 백혈구들은 공군이라 할 수 있으며, 해군은 인체의 여러 곳에 존재하는 물 속에서 활동하는 백혈구들이다.

의사들은 환자를 대상으로 검사를 할 때 인체 내에서 맹물처럼 맑은 물을 주사기로 뽑아내곤 한다. 이것은 이 물 속에 백혈구 밀도가 얼마나 높은가를 계산하기 위한 목적이다. 예를 들어 뇌막염의 경우 뽑아낸 뇌척수액에서 약 20개/mm3 이상의 백혈구가 발견되면 '뇌막염에 걸렸다'고 진단할 수가 있다. 결국 어떤 바다의 일정한 면적에 해군의 수가 얼마나 많아졌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일반 사회에서도 어떤 일정한 바다에 해군의 수가 평소의 몇 배 정도로 많아졌다면 이는 해전을 수행중이거나 해전 훈련중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백혈구들에겐 바다라 할 수 있는 인체의 물은 어디에 존재하고 있을까? 우선 뇌 속의 가운데에 있는 뇌실에 있고 이 뇌실의 연결 부위가 척추를 따라 내려오는 뇌척수액이 그것이고, 폐와 갈비뼈 사이에 있는 흉강과 창자가 들어 있는 복강에도 물이 괴어 있다.

또한 심장도 물 속에서 뛰고 있다. 심장을 싸고 있는 심낭에는 50㎖ 정도의 물이 있는데, 이 물은 자동차의 엔진 오일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자궁속에 임신된 아기는 양수라는 물 속에 둥둥 떠서 자라고 있다.

인체 속의 사관학교는 어디일까? 백혈구들이 교육을 받는 곳인 인체의 사관학교는 육 해 공군 구별없이 삼군사관학교로 통합되어 있다. 백혈구 중에서도 사관학교 교육을 받은 림프구들은 T림프구라고 명명된다. 이 T는 Thymus의 준말로 우리말로는 흉선(胸線)이라고 한다. 흉선은 가슴의 정중앙 앞쪽에 위치한다. 오른쪽 폐와 왼쪽 폐 사이에 무게 약 20g의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아마 T림프구들은 림프구들의 사회에서는 '○○사관학교 출신장교'라고 자부심이 당당한 림프구들일 것이다.

인체 내 T림프구의 병과(兵科)는 어떤 것이 있을가. '암세포와의 전투 전공' '에이즈 바이러스 대항 전공' '헤르페스 바이러스 사살 전공' 등 너무나 다양한 병과가 있다. 인체를 위협하는 병원체의 종류 만큼이나 물 속에서도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수많은 병원체와 백혈구들의 소규모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이 소규모 전투의 사령탑이 T림프구들이다. T림프구들은 자기가 퇴치해야 하는 병균을 죽일 수도 있는 화학 물질을 갖고 있는데 이 화학 물질의 이름이 사이토카인이다.

아마 우리 해군의 병과도 무척 다양할 것이다. '레이더 판독 전공', '함포 사격 전공', '군함 운항 전공', '함재 전투기 조종 전공' 등 다양한 전투 병과와 주특기 장교들이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앞으로 5∼6년쯤후 유능한 여성 해군 장교가 탄생되어 인체 내의 물 속에서 활동하고 있는 건강한 T림프구처럼 우리 국가를 위하여 배운 바를 잘 활용해 주기를 기대한다.

8월 14일자 주간조선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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