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is responsive to your Click


INDEX

혈관에 교통 체증이 생기면

우리나라의 자동차 숫자가 지난 15일로 1천만대를 넘어섰다. 이를 인체로 비교해 보자. 우리나라는 인체, 도로는 혈관, 자동차는 혈관 속에서 순환되는 적혈구쯤 된다. 혈관 중 동맥은 대동맥과 소동맥이 있고 모세혈관이 있으며 정맥에는 대정맥과 소정맥이 있다. 이는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 및 이면 도로로 비교할 수 있다. 혈관 속에서 순환되는 혈액 중 물성분을 빼면 고체 성분이 남는다. 이 고체 성분의 대부분은 적혈구이다. 적혈구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혈액 1mm3 속에 약 5백만개가 들어 있다. 또 적혈구 성분 등 고체 성분이 전체 혈액에서 차지하는 부피의 비율을 적혈구 용적률(헤마토크릿 hematocrit)이라고 하는데 이 숫자는 약 45%가 정상이다. 적혈구 숫자가 정상보다 많아진 상태를 다혈구증(多血球症)이라고 한다. 적혈구 수가 1mm3당 7백만개 이상이고 적혈구 용적률이 55% 이상이 될때를 말한다.

자동차가 1천만대를 넘었다고 동맥 경화증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 오진(誤診)이다. 동맥 경화증은 혈관이 좁아지는 병으로 자동차사회로는 도로가 좁아지는 현상이다. 자동차 소통이 어려워지는 것은 두가지 때문일 것이다. 자동차는 적정수인데 도로가 좁아졌거나, 도로는 정상인데 자동차가 많아진 상태이다. 병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자동차 1천만대 돌파는 다혈구증으로 해석함이 옳다.

인체의 다혈구증 원인은 무엇일까. 크게 나누어 병적인 것과 환경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환경 적응적인 다혈구증은 산소가 희박한 히말라야 산맥과 같은 높은 산에 올라갈 때 인체 자체가 적응하기 위해 혈액 속의 적혈구가 증가하며 다시 평지로 내려오면 적혈구 수도 정상의 숫자로 회복된다. 이런 적응이 체질상 힘든 사람들이 겪는 것이 고산병(高山病)의 일종으로 피로감과 어지러움, 두통 등이 나타난다.

인체의 혈액내에 적혈구가 늘어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인체의 적혈구들이 혈관을 따라 이동하다가 적혈구끼리 엉겨 붙어 꼼짝 못하고 혈관 안에서 굳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이를 혈전증(血栓症)이라고 하는데 다혈구증 환자는 혈전증의 빈도가 매우 높아져 신체 여러 부분에 그 여파가 미친다. 혈관이 혈전증으로 막히면 그 혈관을 통해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던 세포와 조직들이 영양실조에 빠지게 되는데 이런 상태를 경색증(梗塞症)이라고 한다.

자동차 숫자가 많아져서 자동차가 도로에서 꼼짝 못하고 장시간 서있는 상태가 인체내 혈전증이 일어나기 직전 상태에 해당하고 자동차들이 운반하는 원료와 제품을 전달받아서 가공하고 판매하는 공장과 회사가 겪는 고통이 경색증에 해당한다. 자동차 1천만대 돌파는 환경 적응적인 증가로 생각한다.

그러나 환경적응적 다혈구증이라고 해도 혈전증이나 경색증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므로 조심해야 한다. 1천만대가 한꺼번에 도로에 쏟아져 나와 교통 체증을 일으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며, 이 교통 체증으로 인해 산업 경쟁력 약화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7월 31일자 주간조선에 게재됨.

INDE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