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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의 대통령선거

인체조직은 사회조직을 닮은 면이 많다. 예를들면 어떤 사람에게 요로결석이 있어 요관이 막히면 통증이 온다. 이런 상태가 오래 계속되면 신장에서 만든 소변이 방광으로 내려가지 못한다. 신장이 소변으로 과포화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래도 치료하지 않으면 그 환자는 소변의 독이 전신으로 퍼져 생명을 위협받게 된다. 이런 상태를 대도시에 비유해보자. 대형 하수도관이 쓰레기로 막혀서 하수도의 물이 시가지로 범람하면 악취를 풍기고 전염병이 생기는 것과 비슷하다. 또 하나의 예를 보자. 작년의 동해안 간첩단 침투사건은 피부를 통하여 병균들이 들어오는 것과 비슷하다. 이제 오는 12월의 대통령 선거를 인체에 비유해보자.

인체의 세포들은 대개 자신들의 사망예정시기를 알고 있으며 그 때가 다가오면 세포 스스로 미련없이 물러나 조용히 죽어 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상세포들은 각각 다르게 정해진 정년퇴임의 시기를 알고 그 때까지 왕성하게 일하다가 퇴임시기가 오면 일선에서 물러난 후 서서히 죽어가는 것이다.

혈액속의 적혈구의 경우 뼈 속에서 만들어져서 성숙하면 혈관에 들어와 산소와 영양분을 열심히 운반한다. 이 적혈구들의 평균수명은 약 120일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적혈구들의 묘지라 할 수 있는 비장(지라)에서 철분 등 재활용할 수 있는 물질을 남겨놓고 과감히 형체를 없애는 것이 적혈구의 일생이다. 말하자면 '세포 자멸사'쯤 되겠는데, 이를 병리학에선 아폽토시스(Apoptosis)라고 한다.

대통령 자리에 해당되는 세포는 대뇌(大腦)속의 고도로 성숙된 가장 중요한 지배부위의 신경세포일 것이다.

그런데 이 신경세포가 물러나는 과정은 대통령 선거처럼 떠들썩하지 않다. 인체의 각 부분은 저마다 고유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뿐, 다른 부분의 기능에는 별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인체의 각 중요 장기(臟器)에는 자율신경계가 독립되어 있다. 그래서 심장은 심장대로, 폐는 폐대로, 장(腸)은 장대로 그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대뇌의 가장 중요한 신경세포 한 개가 기능이 떨어지고, 그 기능을 다른 신경세포가 이어받더라도 인체 전체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제 대통령 선거 차례이다. 대통령 자리가 아무리 막강하다해도 선거는 대통령자리를 승계할 사람을 고르는 작업일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은 선거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 우리들에겐 대통령 직책과는 별도로 제각기 하고 있는, 또는 해야할 자율신경계적인 일이 있지 않은가.

7월 10일자 주간조선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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