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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반잠수정의 격침

지난 12월 17일 밤 (23시 15분) 북한의 반잠수정(半潛水艇)이 우리나라 남해안 여수 돌산도 앞바다에서 발견되어 7시간 35분 동안 1백여 km를 달아나다 18일 아침 6시 50분에 격침되었다. 신문보도에 의하면 이 반잠수정은 우리측 여수 해안경비초소에서 야간관측장비열상장비로 포착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를 인체로 생각한다면 북한의 반잠수정이라는 병균에 감염되었을 뻔했으나 해안경비초소의 야간관측열상장비를 다루는 군인들 덕에 큰 병에 걸릴 뻔한 위기가 미연에 방지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야간관측열상장비( Thermal Observation Device :TOD )라는 장비는 달빛도 없는 칠흑같은 밤에 국민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엑스선 기계나 현미경과 같은 장비라 할 수 있겠다. 이 장비는 물체에서 나오는 미세한 열에너지를 포착해 실제형태로 재현하기 때문에 신속 정확하게 표적을 식별할 수 있다. 무게는 1.5∼2.0kg 인데 전자파를 방출하지 않아서 적군에게 노출될 위험이 없다. 우리 군은 91년부터 도입해 사용하고 있으며 대당 가격은 2억원이고 96년부터는 국내업체가 이를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군에 있을 때(1977년 2월부터 1980년 4월 ), 달빛도 없는 야간에 이런 장비를 갖고 비무장지대를 관측하는 일을 즐겨하였다. 군의관이 해야 할 본연의 업무가 아니었기에 담당 관측병의 양해를 얻어 잠깐 동안씩 들여다 보았는데 그 당시에는 그 장비를 성광경(星光鏡 : Star Light Scope : SLS)이라 불렀다. 이 성광경으로 보면 칠흑같은 어두운 밤의 비무장지대도 밝게 볼 수 있었다. 시야의 바탕은 흐린 연두색이었고 물체는 짙은 녹색으로 나타났었는데 나는 이런 환상적인 광경에 빠져들면 담당 관측병이 ' 제발 그만 좀 보시지요' 라고 만류할 때까지 주로 비무장지대의 동물(노루, 사슴 , 새,등 ) 들의 움직임을 열심히 관찰하곤 하였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현미경을 좋아 했다. 초등학교 5학년 시절 현미경을 아버님께서 생일선물로 사 주신 일이 계기가 되어 , 현미경을 가지고 일생을 살게 된 것이다. 이 현미경은 단안형(單眼型)이었고 조명장치도 반사경이었으므로 지금에 비하면 극히 원시적인 것이었으나, 나는 이 현미경을 사랑하였다. 주위의 모든 물체가 이 현미경 스테이지에 오르게 되었다. 양파껍질은 물론 , 흙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원충류(原 類)의 미생물이 관찰되어 탄성을 지르기도 하였다. 그 외 머리카락, 잠자리의 눈과 치아 사이에 끼는 프라그 등이 현미경 스테이지에 단골로 오르는 연기자들이었다. 나에게 있어서는 현미경은 세계를 관찰할 수 있는 구멍이었던 것이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구멍을 뚫고 관찰하고 싶어하는 본능적인 욕망이 있다고 한다. 창호지에 손가락에 침을 묻혀 구멍을 만들고 그 구멍을 통하여 새로 결혼한 신혼부부의 방을 들여다 보고 싶어 하고 열쇠 구멍을 통하여 은행금고에 쌓여 있는 돈뭉치의 어마어마함을 보고 싶어 한다. 최근에 여자들의 목욕탕, 여자 화장실에 작은 구멍을 만들고 이 구멍을 통하여 비디오로 영상을 찍어내는 치한들이 발생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 승화되지 않은 상태의 행위자체가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다. 승화(昇華 :Sublimation)란 미숙한 인간의 본능이 사회에 유익한 면으로 쓰여지도록 변화시키는 과정이라는 정신의학적 용어이다.

인간의 태어난 상태를 그대로 두면 착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맹자는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하였고, 순자는 그 반대인 성악설(性惡說)을 주장하였는데 나는 순자의 성악설이 현세인의 교육에 타당하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인간의 본능을 승화시켜주어야만 사회에 유익한 인간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관여하고 있는 의학교육에 있어서도 전인교육(全人敎育)이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악한 인간의 본능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의과대학생들에게 고수준의 의학지식을 넣어 주면 모든 환자들에게 이익을 주는 의사가 양성되기 보다는 마약취급자들과 영합하는 영악한 의사가 길러져서 사회에 큰 해악(害惡)을 끼칠 수도 있겠다. 간혹 대규모 마약거래집단이 관계당국의 단속에 적발될 경우 잘못 교육된 의사가 합세되어 있는 적을 볼 수가 있다.

나는 어렸을 적에 호기심이 무척 많은 소년이었다. 너무 심한 호기심도 일종의 편집증(偏執症: Paranoia)이다. 이 편집증에 가까운 호기심이 승화되어 지금의 내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본능을 승화시키는 교육학적 방법 중에 과학적 방법, 예술적 방법 및 체육교육적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여체의 나신(裸身)을 보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능이 승화된 직업인으로는 여성의 유방질환 진료를 전공으로 하는 일반외과 의사와 산부인과 의사를 들 수 있겠고 , 여체의 나신을 그대로 그려내는 화가, 조각가, 사진작가 및 영화감독이 있겠다. 그러나 이런 본능이 승화되지 않고 사회에 그대로 나타나면 자신의 성기(性器)를 남에게 보이고 싶어하는 시음증(視淫症)환자가 되거나 , 남의 성기를 보고 싶어 하는 관음증(觀淫症)환자가 되는 것이다. 이런 성도착증(性倒錯症)환자들이 빚어 내는 물의(物議)가 지하철 속에서의 추행과 몰래카메라 촬영행위가 되겠다. 그외에 인간은 여러 본능적인 욕망이 있다. 남을 때려 주고 싶어하는 본능이 승화되어 권투선수가 되고, 사람의 피를 보고 싶어하는 본능이 승화되어 의사가 되고, 사람을 죽이고 싶어하는 본능이 승화되어 군인이 되는 것이다.

나는 편집증에 가까운 주위 생물에 대한 호기심이 승화되어 해부병리과 전문의가 되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현미경을 사 주셨던 아버님의 선견지명의 결과로 생각한다. 그 후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는 동안 생물 과목에서는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였고 , 모든 교과목도 생물학을 잘 하기 위한 수단적인 것이라 생각하여 열심히 하였다.

종합병원에 있어서도 환자들의 병이 생겨 있는 부위를 잘 포착해 내는 엑스선 장비에 더불어 현미경도 아주 중요한 장비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이번에 우리나라를 반잠수정 침투로 부터 무사히 구해낸 혁혁한 공을 세운 야간관측열상장비가 있음을 국민들은 모두 알게 되었다. 이 야간관측열상장비가 철책선과 해안경비초소에 더 촘촘히 배치되어 우리 국민들을 대신하여 야간의 눈이 되어줄 것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장비들을 다루고 있는 군인들의 정신교육이라 할 것이다. 의학교육에 있어서도 최고의 장비와 지식이 있을지라도 엉뚱한 목적이 있다면 사회에 해악이 된다. 환자를 살려내려는 애틋한 목적의식이 있어야 소기의 성과를 이룰 수 있다.

지난 17일에 여수의 해안초소에서 접근하던 북한의 반잠수정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은 장비의 우수함에 더불어 이 지역의 경계를 책임지고 있던 장병들의 투철한 군인정신의 결과라 생각하고 이에 대한 찬사를 보낸다. 앞으로도 철저한 해안선의 방위로 이번과 같은 멋있는 전과(戰果)가 수립되길 기대한다.

( 12월 21일에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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