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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몸과 마음의 창

나는 우리의 몸 중에서 눈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양쪽 눈의 시력이 없어진 시각장애인들을 가끔 만나면 그들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고 깊은 연민의 정을 느끼고 있다. 나는 현미경 속에서 암세포들을 찾아내는 일을 직업으로 하기 때문에 눈은 나에게는 생명과 다름이 없다. 양쪽 눈이 모두 없어진다면 여태까지 쌓아온 모든 학문적 , 사회적인 공든 탑이 무너질 것이다. 그래서 나는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 강한 자외선이 내리 쬐는 맑은 날에는 평소에 쓰고 있는 안경 위에 덧씌울 수 있는 까만 자외선 차단용 선글라스를 사용하고 있다.

환자를 진찰하기 시작할 때 의사들은 환자의 눈 부터 조사하는 것을 습관화하고 있다. 의사들이 눈을 척 보기만 하여도 빈혈, 황달, 백내장 등의 병은 진단이 되기 때문이다.

교수로서 강의를 듣고자 하는 학생들의 성의에 따라 학생들의 눈빛의 상태를 평가할 수가 있다.초롱초롱한 눈빛을 가진 학생들이 많은 반에서는 저절로 강의에 신이 나지만 흐리멍덩한 눈빛을 가진 청중들이 많은 반에서는 별로 신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흐리멍덩한 눈빛을 가진 청중들에게 관심을 불러 일으켜 그들의 눈빛을 초롱초롱하게 만드는 것도 담당교수가 마땅히 알아 둬야 할 강의요령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때, 가장 청중들의 눈을 활기차게 하는 강의기법으로는 그들과의 공통점을 계속 이끌어 내며 대화식 (對話式) 으로 강의를 진행하여 가면 청중들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어 나는 이런 강의기법을 적절히 이용하고 있다.

외부에서 보이는 눈의 부분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눈동자라고 하겠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가장 훌륭한 눈의 눈동자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의 고사성어를 만들어 낸 용의 눈동자일 것이다. 이 고사성어는 중국의 남북조시대 양나라에 장승요(張僧繇)라는 관리이자 화가인 사람으로 부터 비롯된다. 장승요는 안락사(安樂寺)의 벽에 용의 그림을 그려 줄 것을 부탁받는다. 그 후 장승요가 그린 용의 눈에는 눈동자를 그려 넣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묻자 장승요는 ' 눈동자를 그려 넣으면 용은 곧 날아가 버릴 것이오' 라고 대답했다.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고 눈동자를 그려 넣어 달라고 한사코 졸라대었다. 하는 수 없이 장승요는 눈동자를 그려 넣었는데, 그 즉시 그림 속의 용은 날아가 버렸다고 한다.

이 화룡점정의 일화처럼 나는 강의시간에 학생들로 하여금 벽화속에 있는 용도 날려 보낼 수 있는 눈동자를 갖게 하려고 애쓰고 있다.

이 화룡점정의 정반대인 이 세상에서 가장 흐리멍덩한 눈은 누가 갖고 있을까? 물론 환자의 눈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마약중독자의 눈이라고 의학교과서에는 쓰여져 있다. 나는 평소에 마약중독자의 진료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의학책에서만 읽어 본 마약중독자들의 실제 상황을 관찰해 보고 싶었다.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그들의 생활의 일면을 확인하고 싶어서 였다.

그런 눈과 생활상을 관찰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1989년에 미국의 테네시주 멤피스에 있는 주립대학에 유학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매년 7월 4일은 미국 독립기념일로 휴일인데 그 해에는 화요일이 되었다. 그래서 7월 3일(월요일)만 휴가를 내어 1일(토요일)부터 4일 까지 3박4일의 휴가중에 생긴 기회였다. 나는 이 기간에 뉴?D을 구경하고자 하여 84년에 도미한 친형의 친구인 L형 댁을 찾아가기로 하였다. 한 달 쯤 전에 L 형(1949년 생) 에게 전화를 걸어 7월 1일 아침에 뉴?D의 라가디아 공항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그 날 아침 L 형을 만나 L 형댁에서 여장을 풀었다. L형은 새벽에 헌츠 포인트 도매시장에서 생선과 야채를 도매로 사다가 브루클린에서 소매로 파는 작은 상점의 사장이었다. 항상 새벽에 일찍 일어나 헌츠 포인트 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하다가 밤 늦도록 가게를 보아야 하는 L 형을 도와 주지는 못하는 처지에, '같이 관광하러 가자' 라는 말을 꺼낼 수는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첫날은 아무 관광도 못하고 그냥 지나 갔다. 둘째날은 일요일 이라서 오전에 한인교회에 가서 같이 예배를 보고 , 오후엔 그 교회사람들과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셋째날엔 L 형에게 아침부터 '나 혼자 돌아 다니겠다' 는 허락을 얻어서 오전엔 자유의 여신상엘 갔고 , 오후엔 107층 짜리 월드 트레이드 센타 빌딩을 구경갔었다. 주로 지하철을 이용하여 다녔으므로 큰 경비는 들지 않았다.

7월 4일엔 L형이 가게를 형수에게만 맡기고 나를 멋있는 관광코스로 안내하겠다고 하였다. L 형은 나보고' 어디가 가장 가고 싶은가' 하고 물었다. 나는 '마약중독자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대답하였다. L 형은 나의 뜻밖의 대답에 아주 의아해 했다. 아마 L 형은 ○ 공원, ○대학, ○병원,○박물관 , 등의 대답을 기대했을 것이다. L 형은 ' 그 곳은 상당히 위험해서 생명을 걸고 가야 하는데------' 하면서 내 마음을 바꾸어 줄 것을 은근히 바랬다. 그러나 나는 그런 곳을 생명을 걸고서라도 정말로 한 번 가 보고 싶었다. L 형은 장롱 깊숙한 곳에서 권총을 꺼내어 총알을 장전하고 '가자' 하였다. 그 때 본 L 형의 진짜 권총은 장난감 권총과 별 다름이 없어 보였다.

맨하탄 42번가에 도착되었다. 자동차를 공영주차장에 세워 놓고 가장 마약중독자들이 많이 모인다는 한 성인영화관( Adult movie theater)에 들어 갔다. 모여 있는 대부분의 관객들의 눈이 아주 흐리멍덩했고 , 전신적으로 의학용어적으로 레타르직(lethargic: 졸고 있는 듯하며 힘이 없어 보이는) 해 보였다. 이 영화관의 실내공기에서 풍기는 이상한 냄새가 마약의 냄새일 것이라고 생각했고, 술냄새도 많이 풍겨 나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보았던 그들의 이상한 병적인 행동은 너무 저속해서 차마 글로 옮길 수가 없다.

성경의 창세기 19장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가 현세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되었다. 창세기의 기록에 의하면 여호와께서는 소돔과 고모라에 유황과 불을 비같이 내리게 하여 멸망시켰다고 한다.

맨하탄 42번가에서 숙소인 브루클린으로 돌아 오는 동안 나는 뒤를 절대로 돌아 보지 않았다. 혹시 뒤를 돌아보아 소금기둥이 된 롯의 아내 ( 창세기 19장 26절 참조) 와 같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또한 생명을 걸고 안내해 준 L 형에게 깊은 감사의 말을 전했다.

거리에서도 깨끗하게 닦여져 있는 건물의 창은 보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신선한 즐거움을 준다. 눈은 몸과 마음의 창이므로 항상 깨끗하게 닦아놓을 필요가 있다. 나는 항상 육체적 , 정신적으로 안광(眼光)이 총명하게 유지되도록 영양, 운동 및 마음의 수양,등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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