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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암이라는 물귀신

수영장에 가면 생각나는 환자가 있다. S 씨이다. S 씨는 1992년 나와 처음 만날 때, 만 40세의 초기 자궁암의 환자였는데, 진단 직후에 코니제이션(conization)이라는 간단한 수술로 완쾌되어, 이 글을 쓰는 10월까지 아무런 문제점 없이 잘 생활 하고 있는 여성이다. 이는 수영장에서 수영 초보자가 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기 시작할 순간에 인명구조원들이 즉시 구조해 내어 간단한 응급처치로 완전 정상인이 된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즉, S씨는 자궁암이라는 물귀신에 잡혀갈 뻔 했는데 초기에 안전하게 구조된 것이다.

나는 수영을 좋아 한다. 내가 수영을 시작한 것은 중학교 시절이다. 그 당시에는 민물이건 바닷물이건 물만 보이기만 하면 들어가 안전수영법을 스스로 익혔다. 그 후 고등학교 시절, 당시 종로 2가 YMCA 회관의 수영강습으로 제대로 된 수영법을 익혀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러니 수영은 약 30년 동안 나의 건강을 지켜주는 취미와 특기가 되어 있다.

몇 년 전 부터인가 여름 방학만 되면 늘 다니고 있는 체육센터에 「인명구조원 자격증획득을 위한 특별강습 」의 현수막이 걸린다. 그러면 더욱 인명구조원 자격증을 따고 싶어 진다. 인명구조원의 역할이 환자를 구해내는 의사의 역할과 똑 같기 때문이다. 대개는 여름 방학 중의 대학생들이 강습의 대상인데 아침 10시부터 12시까지 2 시간 동안 3주의 강습을 받고 실기시험을 통과하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시간대의 내 병원에서의 본업(本業)은 하루 일과 중 가장 노른자위 같은 중요한 부분이라서 강습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만 한다. 미래의 언젠가에는 저녁시간대에 이런 인명구조원 강습을 실시하는 기관이 나타나면 이 자격증획득에 과감히 도전해 볼 것이다. 수영하는 사람에게는 혹독한 훈련이라 할 이 인명구조원 강습과정을 옆에서 지켜 본 적은 여러 번 있다. 우선 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사람을 확인하고 물속으로 잠수하여 잠영(潛泳)으로 그 사람에게 다가가서 그 사람의 뒷머리와 뒷목이 연결되는 부분을 손으로 잡아 물밖으로 올려주어 우선 숨이 끊어지지 않게 한다. 그리고 그 상태 그대로 물가로 데리고 나오면 된다. 이 때 구조원의 손은 허우적거리는 사람의 머리와 목을 바치고 있기 때문에 다리만을 이용한 수영법을 사용하여야 한다. 이런 다리만 움직여서 하는 수영법은 모자비헤엄(측영: 側泳)이 영법(泳法)의 기본이다 . 그러나 , 물에 빠진 사람에게 잡히면 둘 다 익사할 수도 있기 때문에, 구조원은 빠진 사람에게 잡히지 않게 언제나 등쪽으로만 접근하여야 한다. 물가로 일단 데리고 나오면 인공호흡을 시켜야 하는데 , 이 때 사용되는 인공호흡법에는 구강 대 구강법( mouth to mouth method)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래서 대만원을 이루고 있는 여름 수영장에서는 매시간 마다 10분씩 수영객을 일단 물가로 내보내는 관습이 있다. 이 때는 사람들에 가려져서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을 찾아내려는 수영장 관리자측의 속셈도 있다.

자궁암세포를 찾아내는 과정도 이와 비슷하다. 잘 숙련된 해부병리의사가 현미경 속에서 정상세포들은 모두 관심의 대상에서 제외시켜 버린다. 수영장의 휴식시간에 내장객(來場客)을 모두 물가로 내보내는 것과 비슷하다. 이렇게 자궁암세포검사의 현미경표본에서 정상세포군(正常細胞群)을 관심의 대상에서 제외시켜 버리는 것은 체로 고운 모래속에 숨어 있는 자갈돌을 골라내는 과정과 같기 때문에 '체질' 이라고 한다. 이 '체질' 의 영어 전문용어는 스크리닝(screening)과정이라 한다. 그 후 '체질' 로 걸러내어진 자갈돌과 같은 세포들을 더욱 면밀히 분석하여 「암세포이다」라든가, 「암세포가 아니다」라고 진단을 내는 것이다.

1992년 봄 S 씨는 하남시에서 사는 평범한 주부였다. 처남이 운영하는 Y 산부인과 의원에 다니다가 , 처남은 뭔가 찜찜한 검사결과가 나왔다고 S 씨를 강동성심병원에 보내겠다고 하였다. 그 산부인과와 연결되어 있는 검사센터의 결과보고서에는 「 자궁암세포와 아주 비슷한 이상한 세포들이 몇 개 정도 현미경 표본에 보여지고 있음. 정밀검사를 요함 」 이라고 적혀 있었다.

처남인 Y 원장의 소개로 내 사무실에 온 S 씨는 자궁암의 공포에 떨고 있는 표정이 역력했다. "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 라고 말하여 일단 안심시킨 후 산부인과 P 과장에게 S씨의 자궁에서 세포를 채취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내 현미경 스테이지에 올라온 S 씨의 현미경표본에서 나는 과감히 '자궁암 초기'라는 징후를 찾아 내었다. 자궁암세포들은 일반사회의 범죄자와 비슷한 면이 있다. 범죄자의 대부분이 우범지대에서 체포되는 것처럼 현미경 속의 자궁암세포들도 현미경 속의 우범지대에서 포착된다. 일반사회의 우범지대에 가면 우선 쓰레기가 많고, 경찰관들이 많이 돌아 다니고 , 술에 취한채 길에서 잠을 자는 사람 , 또 각종의 배설물이 곳곳에 있다. 이처럼 현미경 속의 우범지대에도 , 각종의 세포들에서 나온 점액성 물질 같은 쓰레기가 많고 , 백혈구들이 많이 발견되고 , 죽어가는 적혈구들도 많고, 박테리아 같은 병균들도 우글거린다. TV에 비쳐지는 체포된 범죄자들을 보면 대개 얼굴을 가리고 있고 , 그렇지 않으면 험상궂은 표정이 있고 , 옷차림이 단정하지 못한 것 , 신발이 격에 맞지 않는 것 등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암세포들도 모양새가 이상하여 세포핵이 정상세포보다 크고 , 핵이 둥글지 않으며, 세포핵 속의 핵질이 뭉글뭉글하게 뭉쳐져 있다. 이렇게 핵질이 뭉치는 특징을 전문용어로는 크로마틴 클럼핑(chromatin clumping ) 이라 한다.

S 씨는 세포검사에서 자궁암 초기로 진단되었기에 제 2차 검사인 「자궁경부 펀치(punch)조직검사」가 시행되었다. 이 검사의 결과에서는 「 자궁암: 상피내 암종이고 전체 크기가 1.0 mm 밖에 안 된다」라는 아주 희망적인 결과가 나왔다. 그 며칠 후 제 3차 검사인 「 자궁경부 코니제이션 ( conizaton)검사」를 하게 되었다. 이 검사에서 가장 중요한 주안점(主眼點)은 것은 「절제된 조직의 가장자리에 암세포가 있는가?」이다. 그래서 이 조직의 가장자리에서 암세포가 발견되면 그 발견된 방향으로의 조직을 더 절제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코니제이션 검사결과에 이상이 전혀 없다면 이 검사법은 그대로 완전한 치료법이 되는 것이다. S 씨의 코니제이션 검사결과는 다행스럽게도 「암세포 전혀 없음」이었다. 코니제이션이라는 치료법으로 완치되었다는 의미이다.

S씨는 그 후 여러번 감사의 뜻을 전하려고 내 사무실을 방문해 주곤 한다. 그러나, 이렇게 일찍 자궁암이 발견되면 각 생명보험회사에 계약되어 있는 암보험금도 받을 수 없다는 사실도 그 때에 처음 알게 되었다.

결혼한 모든 여성들은 자궁암이라는 물귀신이 도사리고 있는 인생이라는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다. 일반 수영장에서 한 시간에 10분씩 휴식을 취하게 하는 것처럼 인생이라는 수영장에서는 6개월에 한 번 쯤은 산부인과에 들러 자궁암세포검사를 받아 보라고 나는 모든 기혼 여성들에게 권하고 있다.

자궁암이라는 물귀신에게 아주 멀리 잡혀 갔을 경우를 빼고는 인명구조원에 해당되는 유능한 해부병리의사와 산부인과의사들이 물귀신의 포위망을 뚫고 살아서 나오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후 , 나는 수영장에 가서 휴식을 취할 때 S씨를 생각한다. 그리고 나에게 이렇게 암세포들을 초기에 발견해 낼 수 있는 멋있는 달란트를 주신 신 (神)에게 감사를 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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